금요일 오후 1시 10분 전, 인파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박물관을 오릅니다. 1층에는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층을 오르며 사람들을 관찰하자니 남녀노소라는 말이 참 어울립니다. 모두들 1시가 되면 나오시는 해설사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꼭대기로 올라갑니다. 팜플렛에 적힌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불교조각관 입구를 찾아다녔습니다. 근처 정수기 옆으로 오라는 팻말을 보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해설사 두 분이 서 계셨고 남자 한 분이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두 명이서 관람을 하는가 싶어 쭈볏쭈볏 해설사 분께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조각·공예관 해설을 듣는 곳이 맞을까요?”
어머니 뻘 되시는 해설사께서 키가 큰 해설사께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돌고 올게요.”

저는 해설사와 함께 불교조각관으로 입장했습니다. 벤치에 앉은 남자를 흘깃 바라보았지만 요지부동 휴대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유일한 관람객인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관람하고 싶으세요? 조각관 전체를 훑을 수도 있고 한 분야만 제대로 볼 수도 있어요.”
“아 제가 정하나요? 그러면… 한 분야를 제대로 보고 싶어요”
“어떤 분야를 원하시나요?”
“음… 불교를 볼 수 있을까요?”

해설은 너무나 상세했습니다.
감산사의 두 석불 앞에 서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불상 뒤편에 희미하게 조각된 글씨를 보세요. 불상은 보통 누가 만들었는지 적어놓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유물이 굉장히 특별합니다. 언제, 왜 만들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불교 조각을 공부할 때 이 불상을 기준으로 연대를 구분합니다.”
“와 뒤에 글씨는 알려주시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거에요!”
“부처님 시대에는 불상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후대에 불상을 만들려고 보니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양식이 없는거에요. 그 시대 사람들은 인도 신화 속 전륜성왕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와서 부처님의 특징으로 삼습니다. 이마의 흰 수염, 목에는 주름이 세 가닥인 이유가 그래서에요.”
“와 말씀 듣고 보니까 여기 부처님 전부 목주름이 세 가닥이네요!”

1시간이 지날 동안 조각·공예의 다섯 테마 중 불교 조각 하나, 그조차도 절반 밖에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훌쩍 지났고 밀도 높은 해설을 들었습니다. 국보가 즐비한 박물관 한켠을 제가 독점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시해설사 또는 도슨트(Docent)는 라틴어로 ‘가르치다’는 단어 ‘docere’에서 유래했습니다.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유물을 일반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일을 맡고 있지요.

이번 관람을 하면서 해설사는 지식을 넘어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해설사의 주된 목표라 느꼈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짚어주고 더 풍부한 맥락 속에서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끕니다. 어설프게 알고 있던 불교 지식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